안녕하세요. 두대표 유빈입니다.
두대표 식구들은 한 달에 한 번 법카로 회식합니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메뉴를 선정해서 먹는 편인데요. 이번 회식은 정수 대표가 좋아하는 안소희 배우(전 원더걸스 멤버)의 연극을 다같이 관람하고 왔습니다. 연극 얘기는 정수 대표가 많이 할 테니 저는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직원이 안소희 배우라고 하면 모를 거 같다고 해서 전 원더걸스 멤버를 넣었는데 만약 없었다면 누군지 모르셨을 거 같나요? 지금 저희 사무실에 머글과 오타쿠 사이의 대단히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작년 회사를 설립했을 때, 어쩌다 ‘검은 수녀들’ 관람회 티켓이 네 장 당첨되어 넷이 함께 다녀오게 된 것이 문화 회식의 시작이었어요. 저는 예술대학 문창과를 졸업한데다 연극이나 전시회를 자주 즐기는 편이고, 정수 대표는 예전에 예술 관련 잡지에서 기고를 할 정도로 둘 다 예술에 조예가 얕지 않은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과 삶의 반경이 가깝지 않은 두 직원에게 예술의 즐거움을 회사 돈으로 알려주는 것에 나름 즐거움을 느낍니다.
한달 마다 문화 회식, 점심에는 맨날 맛있는 것만 먹는 회사, 기분 나면 일찍 퇴근… 인스타그램 채널로 저희의 소식을 접하는 분들은 정말 ‘놀고 먹는 회사’에 다니는 줄 아시더라고요. 그건 제 추구미일 뿐이고, 여러분은 일부만 교묘하게 편집한 미디어의 술수에 빠지신 겁니다. 일 생각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가는 지독한 일중독이었고, 술자리에서도 일 얘기하고 진지한 토론만 벌여서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자중합니다 다 퇴사할까 봐) 스스로에 대한 기준도 높고, 사서 고생하는 저에게 유일한 숨 쉴 구멍이 예술입니다.
“너는 맨날 노는 것 같은데 공부는 언제 해?”
제가 어려서부터 정말 자주 들었던 말인데요. 저는 노는 게 아니라 주로 예술적인 무엇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학생 때도 드라마나 음악, 책에 꽂히면 다 독파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었어요. 그게 남들이 보기에는 공부를 안 하고 노는 걸로 보였던 거죠. 저는 커서 작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수능 공부처럼 제법 진지하게 임했어요. 좋아하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인물과 서사 구조를 노트에 베껴 적어두곤 했습니다. 그땐 물론 그것이 노는 건가 싶어 찔릴 때도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 보니 미적분보다 제 삶에 쓸모가 있지 않았나 합니다. (가끔 누구랑 같이 드라마 볼 때 이런 인물 관계성을 구조화를 해주면 다들 재밌어 하거든요.)
제 진짜 추구미는 어디서 대뜸 풀잎파리 주워다가 피리 불고 다 허물어져가는 장구 치며 동네를 떠도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거리 예술가인데요. 태생이 FM이고 돈미새라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하루살이 예술가보다는 돈돈돈 거리는 삭막한 대표가 그나마 잘 맞는 거 같아요. 너무 삭막해서 바싹 말라 죽을 거 같을 때 기타 한 번 치고, 공연 한 번 하고, 소설 몇 자 쓰면 충만해져서 다시 돈돈돈 거릴 힘이 생겨요.
먹고 사는 일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회사라도 ‘놀고 먹는 이미지’로 보이는 것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러다 폐업하지 혀를 끌끌 차도 괜찮아요~ 폐업하면 폐업 경험 획득 +1 하는 거죠. 어쩌다 저쩌다 또 오래 놀고 먹는 회사가 이어진다? 그것도 스펙이지 않겠습니까.
여하튼 우리 회사는 그렇게 여러분들이 말하는 ‘놀고 먹는 회사’이지는 않아서 슬픕니다. 저는 진짜 놀고 먹고 싶은데 지금도 야근을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고, 오늘 4시 30분쯤에 직원에게 소리치는 성깔 있는 대표였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매출을 내지 못하면 속이 한없이 좁아지는 치졸한 대표입니다. 놀고 먹어야지! 하면서도 할 건 해야지! 하는 이 이중적인 대표 생활, 꽤나 오래… 아니면 영영 이렇게 지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저희도 회사는 회사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