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의 특별편입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요. 그냥 둘이서 서로에게 휴가를 주기로 했습니다. 쓰고 싶은 말을 하면서요. 다음 주에는 정수 대표의 차례입니다. 저는 제가 사랑했던 홍대 밴드 씬에 대해 씁니다.
홍대가 직장이라고 하면 다들 자율적인 분위기를 떠올립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분위기를 동경해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겹게 따라다니는 모범생 타이틀을 지우고 싶어서요. 홍대하면 떠오르는 젊음, 펑키하고, 규율은 멋 없이 치부되는 분위기가 늘 저를 강렬하게 끌어당겼죠. 그렇게 10년을 쫓다보니 어느새 저의 행동거지를 두고 모범생이라 말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네요.
상수와 홍대는 제가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던 곳입니다. 2015년 즈음, 학교 후배에게 이끌려 이태원에서 한 밴드 공연을 보게 됩니다. 그 뒤로 그 밴드에 푹 빠져 50회 정도 공연을 봤어요. 당시에 안성에서 살 때였는데,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걸려 홍대까지 왔었어요. 밴드 공연을 관람하다 막차 시간을 넘겨 그 근처 순대국집이나 카페에서 첫 차 뜰 때까지 버티곤 했죠. 새 앨범이 나오면 왕창 사서 주변에 뿌리기도 하고, 매 공연마다 새로이 사인을 받았어요. 아직 그 앨범과 굿즈들은 제 서랍 한켠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요? 어떻게 그만큼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더 한즈 자체를 사랑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저에게 주는 자유를 사랑했습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던 저에게 공연 내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래도 괜찮아!’ 라고 위로해주는 기분이라 행복했어요. MARS 라는 노래를 아직도 듣는데요. 전주만 들어도 다시 가슴이 뛰어요. 순식간에 그 때로 돌아가게 되거든요.
저의 첫사랑이었던 이 밴드를 얘기할 때면 저는 언제나 실리카겔과 함께 EBS 공감에서 선정한 루키였다는 말을 빼놓지 않아요. 실리카겔과 라인업이 겹칠 때가 꽤 있어서 공연을 많이 봤는데 이렇게나 큰 슈퍼스타가 될 지 몰랐었습니다. 실력은 정말 더할 나위 없었지만, 그 때 실리카겔은 제가 느끼기에 정말이지 한 떨기 병약한 아름다움이 있었달까요? 실리카겔의 장기근속은 일찍 절명한다는 예술가에 대한 편견에 휩싸여 있던 저에게는 또 하나의 센세이션이었습니다.
프랑스 크림수프 같던 실리카겔이 10년 넘어서도 사랑 받는 모습을 보며 순대국 같았던 더 한즈도 지금까지 존재했다면 저는 무조건 차트에 오르내리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으리라 확신해요. 지금와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다 싶어도, 제 사랑은 그만큼 확신에 차있었습니다.
어려서는 예술이든 사업이든 ‘오래하는 것’이 멋이 없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습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왜 그렇게 쿨하고 멋져보였는지 모르겠어요. 천재 단명, 얼마나 간지 나요? 제가 늘 무식하게 오래하는 사람이어서 동경했는지도 몰라요. 홍대를 다니면서 그런 고지식함을 많이 빼내려고 노력했지만 저는 늘 예술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속물이었어요. 타고나지 못해서 글을 잘 쓰기 위해 십 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놓고 그런 모습이 부끄러워서 아닌 척 하기도 했죠.
나이가 드니 천재 단명이 힙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요. 오히려 저처럼 이렇게 무식하게 오래하는 사람이 더 드물더라고요. 지금도 저는 여전합니다. 무작정 10년을 하면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믿으면서 일하거든요. 자본이 많은 것도 아니고, 유사한 전공을 한 것도 아니니 지금껏 그랬듯 오랜 시간을 쏟는 것이 저의 경쟁력이 되리라 믿는 거죠. 남의 멋을 좇기보다 제가 가진 꼴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게 30대일까요? 이런 제가 멋지다고 느끼는 것이 근래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하하!
1월에 밴드 공연을 직접 해보니 더더욱 제 사랑이 다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능숙했어요. 50번 본 밴드 공연이 제 몸 어딘가 새겨졌나 봅니다. 밴드 공연도 50번 보니까 듣는 귀가 생기고, 글도 10년 넘게 쓰니까 남들한테 술술 읽히게 됐듯이 제가 이제 10년 동안 사랑하는 일들이 40대의 저에게 또 답을 들려주겠죠. 이 기승전결을 알게 된 이상 앞으로 쌓게 될 다음 10년은 제법 즐길 수 있을 거 같아요. 내 몸에 새겨진 이 경험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까? 기대하면서요.
여러분은 어떤 것을 사랑하고 있나요? 그 사랑이 여러분을 어디로 데려다줄까요?
오늘의 말초생, 어떠셨나요?
레터를 보면서 답하고 싶었던 말들, 궁금한 질문, 여러분의 회사생활 등등 소소한 스몰토크를 기다려요. 앞으로 공개될 레터의 주제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