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자매컴퍼니 둘째 정수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일탈이에요. 일탈하면 어떤게 떠오르시나요? 자우림 노래나 아니면 조금은 불량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이 굉장히 규칙에 엄격하고 조금 튀는 행동이나 일들을 좋아하지 않는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잠깐의 일탈은 리프레시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해봐야 일탈이 뭐 그렇게 대단한게 있겠어요. 진짜 지하철에서 스트립쇼를 하거나 그러진 못하니까요. 하지만 다들 낭만은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저의 최애인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님이 미친 사랑을 하고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회사 3일 펑크내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보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하신 적 있거든요. 다들 그런 꿈은 꾸잖아요. 특히 어떤 규칙에 얽매여 있을 수록 그걸 한 번 어겨보고 싶은 일탈의 감각이 짜릿한 도파민을 주는 듯 합니다.
저도 규율에 가장 얽매여 있던 고등학교 시절 한 일탈이 떠오르네요.
그당시 저희 고등학교는 기숙사가 있던 곳이었어요. 저도 집이 먼 거리에 있어 통학이 어려워서 기숙사에 들어가서 생활을 했죠. 꽤나 규칙이 엄격한 곳이었어요. 아무래도 고등학교 중요한 시기라 그런거겠죠. 월~일 모두 공부하는 시간표가 있었고, 1,2,3학년 4명이 섞여서 방을 쓰는 구조였구요. 밤 11시면 소등하고 모든 잠을 자야하고 시끄러우면 벌점을 받았죠. 배달음식 그런 것도 내부에 들어올 수 없었어요.
근데 고등학교 1학년, 친구들이랑 같은 공간에 산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고3이 아니기에 아직 입시랑은 거리가 멀고, 친구들이 바로 옆방에 있고, 여중에서 공학으로 들어오다보니 하나둘 생기는 연애이야기들!(훠우!) 그리고 하지 말라는 짓은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마음까지! 완벽하게 일탈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작게는 매 밤만 되면 공용 샤워실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좀 더 간이 커진 날에는 배달음식을 사서 몰래 반입해 새벽에 다같이 샤워실에 웅크려 먹었죠. (어떤 바보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서 선배들한테 들켜 혼난 건 비밀입니다.)
그러다가 저희 어머니가 학교에 불려올 정도로 큰 일탈을 하나 했었는데요. 그 당시 기숙사에는 작은 유행이 생겼습니다. 바로 새벽탈출이었죠. 11시 넘어 기숙사 모든 불이 꺼지고, 경비시스템이 켜진 이후에 몰래 밖으로 나가 놀다 들어오는 일이죠. 그걸 발견한 애들도 대단한데, 다들 하나둘씩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방법을 잘 아는 남자인 친구 3명과 제 친구 한 명 총 5명은 같이 나가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꽤나 간단했어요. 기숙사 건물에 엘레베이터가 있는데 엘레베이터는 경비시스템에서 자유로웠던거죠. 그걸 타고 1층으로 간 다음 화장실 창문으로 나갔다 오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밤이 되었습니다. 밤 12시 반. 이제 방에 있는 선배 언니들이 다 자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방을 나왔죠. 근데 친구가 안 나오는거에요. 잠든거죠. 망할 놈. 그 사이 남자애 3명은 저를 데릴러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죠. 더 깨울 수도 없는 상황에 저만 타고 가게 됐습니다. 또 해보고 싶은건 해야하거든요.
남자애 3명이랑 그 새벽에 나가다니 겁도 없죠. 그땐 그게 왜 위험한지 알지도 못했어요.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남자 화장실로 들어갈 때 주춤 한 번 하고, 창문으로 올라가려는데 왜 이렇게 또 높은건지, 남자애 밟고 올라갔는데도 부족해서 남자애가 거의 들어서 저를 옮겨줬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나가서 뭐했을까요? 컵라면 하나 먹고 산책 한 바퀴하고 무서운 이야기하다가 들어왔습니다. 무사히 들어와서 잠을 자고 안 들켰어요. 근데 갑자기 어느 날. 사감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라구요. 제가 나간 그날 CCTV 화면과 함께. 가슴이 요동쳤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새벽 탈출은 하나도 안 걸렸는데 어떻게 나만! 내가 간 날만! 저렇게 걸렸지! 그 사건으로 벌점을 왕창 받게 됐고, 부모님까지 오셔서 교장선생님과 함께 면담을 했습니다. 거기서 여자학생이 저 혼자라는 이유로 또 면박을 주더라구요. 잘못했죠. (하지만 정신 못차리고 또 치킨 먹다가 걸려서 결국 2주 퇴소조치 당한건 비밀입니다.)
왜 저만 걸렸을까 언니한테 말했어요. 저희 언니도 고3이고 같은 고등학교, 기숙사에 살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저희 언니는 그 당시 부사생장이었습니다. 새벽탈출 유행이 도는걸 알았고, 그걸 잡기 위해 유의깊게 살피다가 제가 나간 날에 누군가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잡기 위해 cctv를 보게 된거죠. 그렇게 해서 누군지 범인을 찾아보니 저였던거구요. 저를 잡아낸 건 언니였네요. 하지만 언니가 무슨 잘못이겠어요.
갑자기 이렇게 저의 고등학교 일탈을 써보고 나니, 참 철이 없었고 무모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남들은 갖지 못하는 학창시절 추억 하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상반된 감정이 드네요. 돌아보면 일탈의 핵심은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새로운 선택을 한 번 해보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회사 창문으로 몰래 나가라는 것은 아닙니다. 당일 오후 반차 쓰고 퇴근해 공원 가서 누워있기, 퇴근길 갑자기 영화를 보거나 혼술바에 가서 누군가를 만나보기 같은 것들 말이죠. 여러분들에게도 무모했던 일탈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여러분들이 꿈꾼 ‘새벽탈출’은 어떤게 있을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