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론자 손 대표, 기브앤테이크 철저한 김 대표, 01년생 미스터리 막내까지
햇살캐 임 PD를 따라 '말'이라도 '초긍정'을 외쳐보는 회사생활 시트콤 에세이 |
|
|
두 대표의 사무실에는 확고한 음식 취향이 가득합니다. 매운 것 없이는 못 사는 막내 지민, 슴슴한 것만 찾는 저, 장아찌를 섭렵한 수빈, 면이라면 다 좋아하는 정수. 이렇게 넷입니다. 저희는 각자에게 딱인 음식을 보면 바로 언급을 해야 직성에 풀립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메뉴를 돌려가면서 먹는 맛도 쏠쏠합니다.
“헉, 지민이가 매워한다. 이거는 못 먹는다, 나는.”
“여기는 수빈이가 좋아하겠다. (장아)찌가 네 개나 있어.”
“살짝 간이 부족한데? 이거 유빈이가 끓인 맛 나.”
“칼국수가(근처 맛집) 땡길 때 되지 않으셨어요? 정수 대표님?”
|
|
|
특히나 수빈의 남편 분이 정말 요리를 잘하셔요. 대감집 직장인이 집에서는 최수종급 사랑꾼 셰프라 거의 매일 도시락을 직접 싸줍니다. (수빈이는 복도 많아) 그의 닭가슴살볶음밥은 슴슴파도 종종 생각날 정도이며, 최근에는 항정 수육으로 저를 리터럴리 1kg을 찌웠습니다. 장래의 F&B 사업을 하신다면 크게 투자하고 싶은 맛입니다.
|
|
|
지민 어머니는 늘 저희에게 파티를 열어주십니다. 잡채, 갈비찜, 김치찜, 김밥 5줄, 마녀스프까지. 뭐든지 한가득 싸주시거든요. 얼마 전에 제가 추석 때 명절 음식 못 먹었을까 봐 꼬치 전까지 싸주셨습니다. 맨날 맛이 성에 안 찬다고 하시지만 그 마음마저 너무 따뜻하고 맛있습니다. 지민이 아버지가 갑자기 대뜸 성심당에 다녀오셔서 빵을 한사바리 사다 주시기도 합니다. 본식과 디저트까지 완벽한 조합. 지민이가 왜 입맛도 까다롭고 먹잘알로 자라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
|
저는 정수 대표와 이 사업이 망해도 절연을 못합니다. 정수네 집 김치를 못 먹을까 봐요. 가끔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경상도식 소고기국이 생각나곤 합니다. 무침이면 무침, 조림이면 조림… 경상도 여자의 마음을 울리는 맵싹한 손맛이랄까요. 거기에 보태 시골 출신 산수저의 송이버섯, 참기름, 들기름, 표고버섯 등 산해진미 식재료 릴레이에 제 입맛은 웬만한 마트 식재료는 거들떠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원래 자극을 추구했지만, 우울증을 앓으며 슴슴한 음식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한 6년 전 이야기네요. 혼자 살면서 배달 음식과 라면, 인스턴트를 주로 먹고, 돼빌리파이라는 악칭을 가진 아빌리파이를 복용하게 되면서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어요. 다이어트 강박도 생겼죠. 억지로 굶다가 식욕 폭발로 요요도 많이 겪었답니다.
맵부심 막내를 보면서 그 시절을 가끔 떠올려요. 또렷이 기억 나는 건 엽떡 먹으면서 울다가 사레 들렸던 적이 있네요. 당시 저는 때때로 울면서 밥을 먹었어요. 아마도 홀로 서울 살이가 고달파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썽을 내느라,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부러 외로워하고, 굳이 괴로운 말을 곱씹는 아주 아주 재미 없는 이유로 말이죠. 그즈음 어떻게든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벗어나고 싶어서 고자극 대신 슴슴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요.
|
|
|
(슴슴식에 입문하게 해준 음식이 낫또입니다. 제 기준 맛도 있고, 소화가 잘 되고, 낫또를 몽글몽글 젓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낫또 덕분에 저는 그 5평 자취방을 기분 좋게 기억하고 있어요.)
스물다섯 골방의 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혼자 휘젓던 낫또를 대표가 되어 창업한 동료 넷에게 먹이는 날이 올 것을요. 소풍 온 초등학생처럼 집에서 싸온 음식들을 펼치며 한 상 가득 차려먹는 모습을요. 그 시절에는 몰랐던 세 명의 인연과 이래저래 서로의 입맛을 비교해가며 점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끄럽게 킥킥대는 장면을요. 그러고 다같이 낮잠을 자지 않으면 오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30대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요.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시절도 이런 순간과 맞물려 기특하고, 애틋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같은 것들을요.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었어요.
어쩌면 저는 이날들을 위해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 또 이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먹고 살 것 같네요.
얘들아, 내일은 또 뭐 먹을까?
|
|
|
여러분들은 죽을 때 한 가지를 먹는다면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저는 늘 같게 대답합니다. ‘칼국수’
저는 칼국수 가게를 30년 정도 운영 중인 집에서 태어나 지금도 주말마다 가게를 도우면서, 점심으로는 매번 칼국수를 먹습니다. 오시는 손님분들부터 친구들까지 그런 저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짜장면 집 자식들은 짜장면 싫어한다는데 너는 맨날 먹어도 안질려?’
그럼 저는 대답하죠.
대학교 방학 2개월동안 매일 하루도 빠지지않고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라고요. |
|
|
저는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스타일이에요. 분식집에 가면 얼큰 칼국수 혹은 라면, 참치김치찌개 중에 늘 고릅니다. 최근에는 보승회관 얼큰 오소리국밥 집에 꽂혀있는데 거의 매주 1번은 무조건 갑니다. 일주일에 2번 갈 때도 있구요. 반대로 느끼한 음식은 싫어해서 피자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경험한 음식들이 참 한정적이에요. 엄마가 해준 음식 아니면 취향의 음식들(김치 관련된 것, 칼국수, 순대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해서뜬의 식사 콘텐츠를 살펴보시면 다 같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텐데요, 한 음식을 같이 먹거나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때가 있죠.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한 음식을 다같이 먹을 때입니다. |
|
|
저는 대표 맵찔이인데, 지민이랑 엽떡을 먹는다면 어떤 맛을 먹어야할까요? 누가 이길 것 같으세요? (두대표 구독자 100% 정답률 퀴즈)
|
|
|
제가 당연히 집니다. 저는 사실 엽떡의 모든 맛 레벨에 좌절합니다. 그런데 그냥 셋이 먹고 싶어하기에 덜매운맛 계란찜과 물과 주먹밥을 퍼먹으며 같이 먹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또 엽떡 착한 맛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짜파게티에 불닭소스 정도는 비벼먹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거죠.
유빈이가 고수나 향신료 음식을 참 좋아하는데, 저는 위의 말씀드린 것 처럼 잘 모르다보니 시도도 잘 안했습니다. 근데 먹고 싶다고 하니 소고기 쌀국수 정도 먹어보자, 하고 함께 갔죠. 거기서 똠양꿍을 처음 먹어보게 되었는데요. 이 날은 사실 거의 먹지를 못했습니다. 향과 맛이 이상해서 잘 안 들어가더라구요. 근데 그 날 이후부터 계속 생각나더니 이제는 똠양꿍 쌀국수 혼자 먹으러 가서 평가하는 정도로 애호가가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쩌다가 따라 들어가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 둘 늘어갔는데요. 똠양꿍, 추어탕, 멍게, 훠궈, 마제소바, 라멘. 다 새롭게 취향 목록에 들어온 음식입니다. 음식 취향 세계화가 이뤄졌네요. 저는 취향은 있지만, 자기 주장은 없는 성격 탓에 상대방에게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 덕에 음식 세상도 넓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갔던 외국 여행에서 정말 아무것도 못 먹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이집트에서 무슨 재료인지도 모를 음식도 맛만 괜찮으면 먹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도하다 보면 너그러워질 때가 있지 않나요? 상사가 시킨 일 억지로 하다가 그래도 단축키를 새로 배운다던가, 자료조사 중 이런 소식도 있구나, 하면서 나의 세상이 1mm 커질 때요. 끝내 내 취향이 아니었더라도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친구 따라 식당가다가 취향이 넓어져 세계 여행이 두렵지 않아진 저처럼 오늘의 NEW 단축키가 나중에 야근을 줄여준 소중한 스킬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
|
|
오늘의 말초생, 어떠셨나요?
레터를 보면서 답하고 싶었던 말들, 궁금한 질문, 여러분의 회사생활 등등 소소한 스몰토크를 기다려요. 앞으로 공개될 레터의 주제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