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회사에서 만난 동료와 격없이 엄청나게 가깝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팀장일 때 입사한 친구들과 사석에서 밥 먹는 자리는 손에 꼽았으며, 인스타그램 계정 오픈도 안 했었고, 퇴근하면 따로 연락하거나 그런 것도 전혀 없었구요.
평소에도 제가 친구들한테도 그렇지만 제 이야기나 고민 같은 것들을 엄청 잘 말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친구 관계도 엄청 깊고 좁은 것을 추구하는데요. 특히 일터에서 만난 사람과 저 개인의 영역에서 어떤 범위까지 공유하고 나눠야할지 전혀 모르기도 했고, 공유한다면 퇴사하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 것도 잘 안 잡히더라구요. 저도 그렇고 직장동료도 그렇고 일로 인해서 얽히게 된 것이지 저라는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서 서로 간의 이야기가 있는건 아니다 싶어서요.
그러다가 친해진 직장 동료도 있었는데, 워낙 잘 맞고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또 회사에서 업무나 이야기를 나눌 때 격이 좀 없어지면서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할까 애매해지면서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빈이는 좀 다르더라고요. 유빈이는 함께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저희 네 명의 팀워크를 만들 때 서로에 대해서 정말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앞에 말한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나를 이렇게까지 드러내야하나? 굳이 일하는 사이에 이게 왜 필요한 거지? 유빈이는 이미 나를 잘 아는데 이걸 회사에서 다 있는 자리에서 말해야 하나 싶었죠. 프라이버시가 침해 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들고요.
그런데 개개인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이 있는지 알게 되면 일을 부탁하거나 분배할 때 추진력이 생기더라고요. 그외에도 팀워크 측면에서 사업적으로 더욱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요. 그 과정에서 저의 모든 것을 오픈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를 많이 느꼈어요.
개인사 등 프라이버시의 영역은 침범 받지 않되, 어떤 주제와 이슈에 대해 제가 가진 가치와 생각을 나누는 일만 하더라도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러면서도 개인의 일들을 굳이 회사에서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은 일임을 알았습니다. 저도 수빈이나 지민이에 대해서 회사에서는 각자가 가진 장단점과 가치관, 역할을 중심으로 대화를 많이 하지만 개개인의 사적인 고민까지는 굳이 말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수빈이에게서 언니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 지금처럼의 역할 속에서 서로에게 많은 관심과 질문을 뱉는 사이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게 정말 편하고 좋은 관계라고 생각이 들어요. 친하다는 것이 꼭 알몸을 보이고, 야! 라고 부르거나 서로의 집안 살림까지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각자가 있는 공간과 영역을 충분히 인정하면서 나누고 계속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