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막내를 소개합니다. 요즘은 강산이 3년마다 변한다는데, 지민이와 저 사이에는 2.3회 강산 변화가 있습니다. 매일 저와 수빈을 아줌마라고 놀리고, 매운 음식을 강요하며, 겨울이면 어김없이 골골대는 그녀입니다.
지민이는 굉장히 말이 많지만 과묵한 성격입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음식 등 관심사에 대해서는 한없이 떠들 수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얘기해보라고 하면 갑자기 ‘왜… 뭐…’ 이렇게 되거든요. 의외로 진짜 가깝게 지내도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아요. 그런 친구 있잖아요. 분명히 나랑 같이 밥도 먹고, 놀러 가고 해서 나는 정말 찐친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어딘가에서 나를 ‘아.. 그냥 아는 사람이야’라고 소개할 것 같은 느낌이요. 지민이는 인스타그램에 좋아요가 백 개씩 찍히는 인싸여도 저한테 맨날 친구가 없다고 합니다. (요즘 애들은 이런가요? 인터넷 친구는 친구도 아닌가요? 아줌마는 궁금합니다.)
지민이는 제 자랑 거리입니다. 말하자면 뭐 팔만대장경이겠지만 모든 대표님이 부러워 할 한 가지를 먼저 대겠습니다. 지민이는 영업이익을 늘려오는 천재적인 직원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경외 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않은 대표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직원이 그래요? 그러게요. 제가 가끔 “대체 어떻게 한 거니?” 물어보면 늘 똑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냥 하니까 되던데요?”
지민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PD 수빈이는 창의적이고, 아이디어가 넘치며, 추진력이 좋은 친구라면 AE(이자 AI) 지민이는 효율적이고 빠른데다 정확합니다. 일을 소화하는 속도가 정말 빨라요. 저도 업무 속도가 빠르다고 자신하는 사람인데, 8년차를 위협하는 01년생입니다.
그리고 눈썰미가 좋아요. 오탈자나 오류를 동체시력으로 잡아내고, 리스크가 될 만한 것을 귀신 같이 찾아냅니다. 저희가 농담으로 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요. 가끔 저도 찾지 못한 리스크를 지민 사장님이 잡아내고 지적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종 결재자인 셈이죠.
지민이는 정수가 쓴 글처럼 GenZ의 면모가 많이 보이는 친구입니다. 밈은 당연히 줄줄 꿰고 있고, 가끔 ‘GenZ stare’라고 말없이 그냥 쳐다보는 것도 자기가 그러는지 모르면서 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요즘 애들에 속해서 ‘요즘 애들 어려워요~’ 하는 말에 공감 못 했었는데 지민이를 보면서 가끔 참 어렵다 싶을 때가 많아요.
90년대생으로 00년대생 친구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저나 회사의 기조를 전적으로 따르는 것 같다가도 전혀 아닌 부분에는 반골 기질이 확실하거든요. 자신의 삶을 자기 주관으로 꾸리려는 욕구가 강한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자기 주관이 명확하기란 어려운 시기잖아요? 좋고 싫음이 확실하게 구분 짓고 싶은 욕구는 강한데 아직 20대다보니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경험이 적다 보니 사회적으로 가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 세대 친구들이 크리에이터를 많이 하나 봐요. 지민이도 일상을 뜯어보면 콘텐츠가 많은 친구거든요.)
“이건 왜 이렇게 해야 돼요?”
“제가 보기엔 이해가 안 돼요.”
아무래도 조직은 하나의 기조로 운영되어야 효율적이다 보니 이런 다양한 세대의 니즈를 이해시키고, 반영해나가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민이의 반골 기질에 욱할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결국 들어보려고 하죠. 제가 7년 앞선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7년 늦는 사람이니까요. 조직이 시시때때로 변해서는 안 되지만 가능하다면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유동성은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물론 저도 개꼰대라서 이 부분에 대해 미흡해서 항상 주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후일에 안 거지만 지민이의 반골 기질은 저에 대한 적대감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지키기 위한 표현이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책임감이 너무 크고, 맡고 있는 일이 많다 보니 거부를 잘 하지 못하고 종종 선을 긋는 방식이나 방어적인 표현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그것 때문에 저도 기분 상할 때가 많았는데 마음을 크게 먹고 이 친구가 하고 있는 일을 꼼꼼히 들여다 보니 티를 내지 않고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리더십으로서 부끄러웠죠. 이 친구가 자신의 일을 우리와 나눌 수 있게 열어주는 게 우선되어야 하는데 괜히 또 우겨넣는 사람이 된 거 있죠. 그 뒤로는 알아서 잘 흘러가는 일도 다시 들여다보고 업무 파이부터 고려하며 일을 분배하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조용하지만 강한 그녀는 절대 직원으로만 이해해서는 알 수 없는 사람입니다. 친구, 또는 회사 입사 선배이자 사회생활 후배, 집안에서의 막둥이 등 여러 면모를 통합적으로 봐야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감이 옵니다. 저는 그녀의 생애부터 교우 관계는 물론, 집까지 찾아가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다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녀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을 먹을 때는 밥에만 집중하고 싶고, 엄마아빠 없이는 못 살겠다고 하는 아기 같은 면이 있는 동시에 일은 자신도 잘 모르는 능력을 휘두르며 10년차 과장님 아니, 사장님처럼 해내는 일들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혼자 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라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또 누구보다 엮이고 싶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귀여운 친구입니다.
“저는 혼자 일하는 게 편하고 좋지만, 어쩌면 여러분들이랑 하면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해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지민이가 했던 말 중에 제가 오래 기억하는 말인데요. 그냥 저는 그 여지를 저희에게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요. 힘이 닿는 대로 함께 일하고 놀고 밥 먹으며 살아갈 작정입니다. 여러분도 우리 귀여운 막내를 어여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